PC, 하드웨어/하드웨어 사용기

키크론 K3 (옵티컬 화이트, 화이트 LED) 사용기

Charlemagne 2021. 3. 31. 00:55

들어가며...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키보드는 많습니다.

 

하지만 휴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정숙하게 사용이 가능하며, 키감에 대한 만족도를 챙길 수 있으면서, 멀티페어링까지 지원하는, 내구성이 좋은 키보드는 많지 않을 겁니다.

 

보통 키크론 사용자들은 맥이나 iOS에서 사용할 기계식 키보드를 찾다가 키크론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제가 키크론 K3를 사게 된 계기는 다른 분들과는 좀 다를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은 로지텍 K380을 대체할 물건을 찾자 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휴대용 키보드로 로지텍 K380을 꽤 오랫동안 잘 사용해 왔습니다.

 

휴대성과 정숙성, 그리고 멀티페어링 지원 여부 만을 생각한다면, 로지텍의 제품도 꽤 장점이 많은 키보드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단점 때문에 다른 키보드를 알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몇 가지 단점에 대해서는 이전에 쓴 글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일단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로지텍 K380의 장단점...

로지텍 K380은 여러가지로 참 쓸모가 많은 키보드입니다. 휴대성 약 27cm 정도의 가로 너비, 16mm에 불과한 두께로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다니기에 좋은 사이즈입니다. 정숙성 펜타그래프 키보드의

charlemagne.tistory.com

아무튼 이러저러한 이유로, 저는 로지텍을 벗어나 휴대용으로 사용할 다른 회사의 제품을 찾게 됩니다.

 

그러나, 제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제품은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원했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휴대성 - 휴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104키 레이아웃은 당연히 휴대용으로 들고 다니기에는 너무 큰 사이즈라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텐키리스 제품들도 로우프로파일이라 하기에는 두껍고 긴 제품들이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포커 같은 미니 배열 키보드를 사용하기에는 방향키와 여러 가지 기능키의 부재로 인한 불편함이 염려되었죠.

 

무게 또한 로지텍 K380 수준(약 400g)으로 가벼운 제품은, 적어도 K380과 비슷한 수준의 편의성을 지닌 제품 중에는 없었습니다.

 

정숙성 - 타자를 칠 때 정숙한가?

휴대용 키보드는 외부에서 사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카페나 도서관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조용해야 합니다.

 

여기서 적어도 청축 스위치 같이 소음을 많이 유발하는 기계식 스위치는 고려 대상이 아니며, 리니어 스위치의 경우도 스트로크가 긴 경우 바닥을 치는 소리가 클 수 있어 로우 프로파일 스위치 만이 고려 대상입니다.

 

확장성 - 멀티페어링을 지원하는가?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까지 여러 개의 모바일 기기를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저로써는 각각의 기기에 입력장치를 따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키보드로 여러 개의 기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계식 키보드는 유선인 경우가 많으며, 무선의 경우도 사무용 기기 분야에서 많이 사용하지는 않기 때문에 멀티페어링을 지원하는 제품이 많지는 않습니다.

 

내구성 - 내구성은 튼튼한가?

펜타그래프나 멤브레인은 태생적으로 기계식이나 광 스위치에 비해서 내구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기계식 스위치 중에서도 클릭, 넌클릭 축은 리니어 스위치의 내구성을 따라올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리니어 스위치를 사용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확실히 리니어 스위치는 어디 부서질 곳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내구성에서 유리합니다.

 

취향 - 키감에 대한 만족도는?

키감이라는 것은 취향을 많이 타는 부분이라, 분명히 펜타그래프나 멤브레인의 키감을 선호하는 분들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스트로크가 지나치게 짧은 펜타그래프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고, 그렇다고 러버돔을 누르는 느낌이 강한 멤브레인의 키감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물리적인 스위치가 존재하는 기계식 키보드를 선호합니다.

 

 

 

사실 위 조건들 중 몇 가지를 충족하는 제품이 없진 않았고, 그중 하나가 키크론 K1이었습니다.

 

Keychron K1

Keychron K1

keychron.kr

키크론 K1은 로우프로파일 스위치를 사용하며 리니어 적축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 시에 정숙성과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운영체제에 멀티페어링을 지원하여 확장성도 충족하며, 기계식 스위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키감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제품이 바로 키크론 K1이었습니다.

 

하지만 키크론 K1의 가로 길이는 무려 35.5cm에 무게도 650g이나 되는, '휴대용' 이라 부르고 가지고 다니기에는 무겁고 큰 사이즈였습니다.

 

여러 가지 기기와 키보드를 한꺼번에 들고 다닐 목적이기에 무게와 공간에서 조금이라도 이득을 보고자 하는 저에게는 아쉬운 점이 많은 제품이었지요.

 

 

 

그러던 중, 2020년 중순에 레딧에서 한 게시물을 보게 됩니다.

 

해당 게시글에는 K2와 같은 84키 배열의 로우프로파일 기계식 키보드인 K3의 사진이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Keychron K3, K8, K10

Posted in r/MechanicalKeyboards by u/Nicholas_Peterman • 37 points and 27 comments

www.reddit.com

 

해당 사진이 게시되기 이전에도 키크론에서 로우프로파일 제품군을 확대할 것이라는 소식은 알음알음 나오고 있었지만, 출시가 확정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저도 키보드를 사용을 해야 하기는 하는 상황에서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는데, 프로토타입이 나온 이상 출시는 확정이라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9월 킥스타터 펀딩이 해외에서 먼저 시작되었고, 국내에도 2020년 11월 와디즈 펀딩 일정이 잡혔습니다.

 

키크론 K1의 가격을 생각하면 결코 싼 가격으로 나올 것 같진 않았지만, 제가 제시하는 요구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키보드는 키크론 K3 밖에 없었기 때문에, 결국 사전예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키크론 K3를 만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2020년 11월 말 예정이었던 와디즈 펀딩은 다음 달로, 또 다음 달로 연기되었습니다.

 

2021년 1월 말에 펀딩이 시작되어 3월 초에 제품 배송이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그것도 3월 말로 연기되었습니다.

 

계속되는 지연에 그냥 취소하고 다른 제품을 살까, 이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다리다 보니 지금껏 기다려온 시간이 아까웠고, 제가 요구하는 조건을 전부 충족하는 다른 키보드를 찾자니 달리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저는 키크론에 입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품 구성

 

 

박스샷

반무광 박스에 제품명은 홀로그램 처리가 되어있습니다.

 

박스 자체만으로도 디자인이 괜찮은 편이기 때문에, 박스에 보관하지 않더라도 버리지 말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시리얼 번호가 박스에 적혀있기 때문에 정품 등록을 위해서 박스는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슈퍼얼리버드 리워드 구성 + 파우치

펀딩 시 추가 구매 가능한 리워드에는 여분의 키캡, 팜레스트, 파우치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저는 운 좋게도 50개 한정 수량으로 제공되는 슈퍼얼리버드 물량에 참여하는 데 성공하여 파우치만 추가로 구매했습니다(슈퍼얼리버드로 참여하신 분들은 키보드 본품 외에 호두나무 팜레스트를 함께 받으실 수 있습니다).

 

키캡은 당장은 추가로 필요하지 않을 듯하여 제외했습니다.

 

 

키보드 본품

디자인과 감성에 신경을 많이 쓰는 애플 사용자들이 많이 쓰는 것을 고려한 듯, 짙은 회색과 옅은 회색의 키캡에 다홍색에 가까운 포인트 키캡과 검은색 상판의 조합이 잘 어우러져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입니다.

 

 

옵티컬 화이트, 화이트 LED

제가 구매한 옵션은 옵티컬 백축(광축 스위치)에 화이트 LED입니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 찾아본 내용에 따르면, 로우프로파일 키보드는 스트로크가 짧아 키압이 높으면 손가락이 아플 수 있다는 글을 보고 키압이 가장 낮은 옵티컬 화이트 스위치를 선택했습니다.

 

물론 이 이유 외에도, 비키 타입에 로우프로파일 키캡을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스위치의 색상이 보일 수도 있는데 LED 색상과 깔맞춤이 되지 않으면 볼 때마다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고른 것도 있습니다. (...)

 

LED 색상은 게이밍 키보드로 사용할 것도 아닌 데다 글을 작성할 때 주로 사용하는 키보드라면 어두운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시인성 만 필요할 뿐, RGB LED와 화려한 효과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배터리 구동 시간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화이트 LED를 선택했습니다.

 

 

하판

하판에는 키보드 본체를 지지해주고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범폰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정품 스티커를 부착할 공간이기도 합니다.

 

유통사에서 원활한 AS를 받기 위해 정품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부속품 구성

박스 안에 포함된 부속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 키보드 본체
  • 플라스틱 덮개
  • 윈도우 사용자를 위한 교체용 키캡
  • 색상이 다른 교체용 ESC키, 조명키에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키캡
  • 와이어형 키캡 리무버
  • 스위치 리무버 (핫스왑이 가능한 옵티컬 스위치에만 해당)
  • 충전/유선 연결용 USB-A to C 케이블
  • 교체용 범폰 (상단용)

부속품은 이전에 먼저 진행됐던 킥스타터에서 펀딩 금액 500,000달러 달성 시 제공하는 것과 같아 해외 펀딩과 차별 없는 구성으로 제공합니다.

 

 

팜레스트

팜레스트는 호두나무에 니스칠 마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키보드 자체가 그다지 높진 않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곡면 처리가 되어있어 키보드를 사용하다 잠시 쉴 때 손목이 꺾이는 것을 방지해줍니다.

 

하단에는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되어있습니다.

 

 

전용 파우치

전용 파우치는 사피아노 처리된 인조가죽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흔히 인조가죽이라고 하면 마감이 좋지 못하거나 냄새가 많이 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후처리에 신경을 썼는지 그러한 것은 없었습니다.

 

파우치가 키보드 사이즈에 맞긴 하지만 비키 타입이기 때문에 넣을 때에 키캡이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로지텍 K380과의 비교
덱 헤슘 거북선과의 비교

기 상 두께는 낮은 쪽이 17mm, 높은 쪽이 22mm로 실제 두께도 오차 범위 내, 로우 프로파일이라는 분류에 맞는 두께입니다.

 

태생이 기계식 키보드 계열이기 때문에 펜타그래프 방식의 로지텍 K380과 비교하면 높지만,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와 비교하면 대단히 낮은 높이입니다.

 

크기 또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무게는 오히려 20g 정도 가볍습니다.

 

 

키캡 형태

스텝 스컬쳐가 적용되진 않았지만, 키캡의 형태는 타자를 치기에 불편한 형태는 아닙니다.

 

적당히 곡선이 적용되고 높이에 차등을 두어 사용하기 편한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제품 기능

키크론 K3는 펑션키 조합으로 다양한 기능을 지원합니다.

 

 

키크론 K3는 유무선 겸용입니다.

 

운영 체제 불문 최대 3개의 기기에 블루투스를 사용해 멀티페어링이 가능하며, 무선으로 사용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동봉된 USB Type-C 케이블을 활용하여 유선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Caps Lock 키가 켜져 있는지는 빨간색 LED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LED 조명은 총 17개의 효과를 지원합니다.

 

Fn + 조명 키를 누르면 조명을 끌 수 있고, Fn+ L + 조명 키를 누르면 조명 효과를 고정할 수 있습니다.

 

 

LED 광량은 총 4단계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기본 광량은 어두운 곳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밝으며, 스위치 상단에 장착되어 있어 눈을 자극하지 않습니다.

 

 

충전 LED

충전 시 빨간색 LED가 점등되며, 충전이 완료되면 초록색 LED가 점등됩니다.

 

완충에는 약 2시간 정도가 걸리며, 표기 상 스펙으로는 약 32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있으나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측정해 본 결과 28시간으로 그보다 짧습니다.

 

하루에 약 6시간 정도 사흘간 사용하는 동안 추가적인 충전을 필요로 하진 않았으나, 절전 모드를 사용하지 않고 항상 켜 두고 사용한다면 사용하지 않을 때 미리 충전해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능키 사용 설명서

이외에도 기능키 조합으로 화면 밝기 조절, 멀티태스킹,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 등을 지원합니다.

 

 

 

 

 

typing.works 테스트

 

 

기본 설정

타자를 칠 때 키감은 상당히 미묘합니다.

 

로우 프로파일 특성상 스트로크가 짧은 편이라 바닥을 치기 쉬운데, 바닥을 치는 소리가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지만 키캡이 많이 잘그락 거리는 편입니다.

 

기계식 키보드의 구분감이 좋은 키감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고, 저 역시 기계식 키보드에서 타자 치는 소리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하지만, 키크론 K3의 휴대용이라는 용도와 정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리니어 스위치의 장점을 살리고 싶다면 이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키캡의 경우, 흔히 ABS 키캡의 촉감을 끈적여서, 번들거려서 싫다고 표현하는 분들이 종종 있고, 저 역시 ABS 키캡의 촉감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키크론 K3의 키캡의 촉감은 다른 ABS 키캡의 느낌과는 달리 마치 석필을 만지는 느낌입니다.

 

아마 사용하다 보면 마모로 인해 번들거리게 변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제품을 받은 당시의 촉감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종합해서 말하자면, 키감이 여러 모로 상당히 미묘하다, 이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손톱이 길다면 손톱에 긁히는 느낌이 마치 칠판을 긁는 듯해서 썩 좋진 않습니다.

 

하여튼 손톱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키캡으로, 마모로 인해 매끄러워지기 전에는 손톱을 짧게 자르고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석필이란? 활석으로 만든 분필 비슷한 재단용 도구이다.

 

 

키스킨을 사용한 경우

약간의 정숙성을 더 확보하기 위해 지티기어 만능 키스킨(S사이즈, 322x123 mm)을 올려놓고 타자를 쳐보았습니다.

 

사용하면 좀 더 정숙해지긴 하지만, 키스킨이 키캡 모양과 정확히 맞지 않기 때문에 점점 미끄러져 내려옵니다.

 

안타깝게도 키크론 K3에 꼭 맞는 전용 키스킨은 없습니다.

 

기계식 키보드 사용자들은 키감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키감을 떨어뜨리는 키스킨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전용 키스킨을 만든다 하더라도 수요를 확보하지 못해 악성 재고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서 키스킨을 출시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품 자체가 휴대용으로 사용하기 좋은 사이즈로 카페나 도서관 등에서 사용하는 것을 염두에 둘 수 있는 만큼, 전용 키스킨이 나와 준다면 어떨까 라고 생각을 해 봅니다.

 

아무튼, 키감이 안 좋아지는 것은 둘째치고 점점 미끄러져 내려와서 생각보다 불편합니다.

 

소음을 조금이라도 줄일 생각이라면 차라리 고무로 된 링을 키캡에 장착하고 타자를 살살 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한 즉시 바로 실행에 들어가 오링을 장착했습니다.

 

※사용한 제품은 지티기어 짱오링(블랙)입니다.

 

오링을 장착한 후

오링을 장착한다고 해서 로우프로파일 펜타그래프 키보드만큼 조용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잘그락 거리는 소리가 줄어들어 조용한 장소에서 사용하는 것에 도움을 줍니다.

 

마치 노이즈 서프레서로 정제된 듯한 느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정도면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조용하다고 생각합니다.

 

키감이 달라지긴 하지만, 그저 달라질 뿐, 키스킨을 사용할 때와 달리 키감이 나빠진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 기준에서는 반발력이 좀 더 좋아지고 부드러운 느낌이라 순정 상태보다 더 나은 키감이었습니다.

 

 

 

 

 

평가

 

 

 

장점

키크론 K3 옵티컬 화이트/화이트 LED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휴대성

가로 약 30.3 cm, 세로 약 11.5 cm, 두께 19~26 mm(범폰 밑에서 측정 시), 무게 약 400g으로 뛰어난 휴대성을 자랑합니다.

 

크기는 로지텍 K380보다 크지만, 일회용 건전지를 교체하는 것이 아닌 리튬이온 전지를 사용하여 무게는 오히려 가볍고, USB Type-C 케이블만 있다면 언제든지 재충전하여 사용이 가능합니다.

 

 

정숙성(오링을 사용하는 경우)

키캡에 오링을 사용하는 경우 조용한 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을, 납득 가능한 정도의 소리만 발생합니다.

 

기계식 키보드 사용자들이 신경을 많이 쓰는 찰찰 거리는 스테빌라이저 소음 역시 거의 없습니다.

 

로우프로파일 스위치 특성상 입력 지점이 깊지 않기 때문에 입력 시 세게 누를 필요 또한 없고, 키압이 낮은 옵티컬 화이트 스위치의 키압이라면 바닥 치는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확장성

최대 3개의 기기에 멀티페어링을 지원하며 어떠한 운영체제에도 호환이 가능합니다.

 

보안 상의 이유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무선 사용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USB Type-C 케이블만 있다면 유선 사용이 가능합니다.

 

 

내구성

리니어 광축을 채택하여 기계적으로는 고장 날 부분이 없습니다.

 

또한 광축 특성상 키 씹힘, 채터링 현상이 발생하지 않으며 반응 속도도 빠릅니다.

 

하판은 플라스틱이지만, 상판은 금속 재질을 사용하여 내구성을 확보하였습니다.

 

 

시인성

LED 백라이트를 탑재하여 어두운 곳에서도 다른 조명 장치를 사용할 필요 없이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LED 광량이 적당하여 눈의 피로를 유발하지 않습니다.

 

 

 

애매한 점

키크론에서 내세운 장점 중에는 애매한 것도 있었습니다.

 

 

핫스왑?

키크론 K3는 게이트론 기계식 스위치를 사용한 제품과 광 스위치를 사용한 제품 총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합니다.

 

이 중 광 스위치를 사용한 제품은 핫스왑, 즉 스위치를 디솔더링 없이 교체할 수가 있는데, 이 기능은 주로 스위치의 고장을 빠르게 수리를 하거나 처음에 구매한 스위치가 맘에 들지 않거나, 키의 위치별로 다른 스위치를 사용할 때 유용한 기능입니다.

 

하지만 광 스위치는 특성상 스위치 고장보다는 기판 자체를 못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수리의 용이성에 대해서 메리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 만약 다른 키감을 원해서 스위치를 전부 교체할 일이 있다면, 차라리 스위치만 다른 신품을 새로 구매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키의 위치별로 다른 스위치를 사용하는 차등 조합 역시 리얼포스 같은 무접점 키보드에서는 꽤 자주 보이는 방식이지만, 기계식 키보드에서 그다지 메이저 한 사용 방법은 아닙니다.

 

이러한 이유로 핫스왑이라는 기능이 큰 장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키캡 호환성?

와디즈 펀딩 페이지를 보면 키캡을 마음대로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는데, 사실 키크론 K3의 장점인 로우프로파일을 체감하기 위해서는 기본 키캡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에 키캡을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인지는 의문입니다.

 

또한 K3가 체리 스타일의 십자 스템을 사용하긴 했으나, 스위치와 스테빌라이저의 위치 등에서 표준 체리 프로파일 키캡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어 키크론에서 보증하는 호환 목록에 없는 키캡은 호환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호환이 된다는 에일리언웨어 AW510K나 불칸 120 AIMO의 키캡도 키크론만큼 낮지는 않을뿐더러, 별매로 구할 수 있을 만한 키캡도 아닙니다.

 

 

 

아쉬운 점

전반적으로 만족하기는 했으나, 키보드 본품과 부속품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었습니다.

 

키캡 사출 자국

휴대용 키보드 치고는 고가의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키캡 사출 자국이 티가 좀 나는 편입니다.

 

시간에 쫓겨 급히 생산해서 검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그나마 하단이 아닌 상단에 자국이 있기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아주 잘 보이진 않습니다.

 

 

상판 마감 미비

상판의 검은색 도색이 벗겨져 있다.

상판을 나사로 고정해 놓았는데, 나사가 들어간 부분의 도색이 벗겨져 있습니다.

 

비키 방식이기 때문에 보인다면 보이는 위치라서 깔끔한 마감을 바라는 분들에게는 감점 요소입니다.

 

 

 

펌웨어 문제로 보이는 문제도 몇 가지 발견되었습니다.

 

안드로이드에서 기기 전환 시 브라우저 세션 초기화

안드로이드에서 멀티페어링 기능을 사용하여 기기를 전환하는 경우, 파이어폭스와 크롬에서 새로고침이 발생하고, 브레이브 브라우저에서는 설정된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오류가 있습니다.

 

브라우저로 글을 작성하는 중에 기기 간 전환을 한다면 작성 중인 글이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절전 모드 진입 시 문제

절전 모드에 진입하면 절전 모드가 해제되지 않고 전원을 껐다 켤 때 까지 PC에서 키보드를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추가 구성품인 팜레스트에도 약간의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전용 팜레스트의 마감이 썩 좋지는 않음

표면 상태가 고른 편은 아니다.

니스로 마감된 팜레스트는 표면이 고르지 못한 부분이 있고 마감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도 발견되었습니다.

 

저는 슈퍼얼리버드 리워드로 받아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개별 구매하신 분들은 가격에 비해 실망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는 마감 처리입니다.

 

샌딩 처리를 조금 더 꼼꼼하게 하거나 폴리우레탄 무광 마감 처리를 해줬다면 더 보기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원목 재질이고 제품에 균열 같은 게 발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니스칠 한 건 사포질 해서 벗겨내고 니스칠을 다시 하든지 아니면 오일 마감을 하든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치며...

 

 

제품 마감과 펌웨어의 개선이 필요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휴대용 기계식 키보드라는 용도를 생각할 때 키크론 K3는 상당히 괜찮은 제품입니다.

 

훗날 키크론 K3보다 더 기능과 품질이 뛰어난 제품이 출시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로우프로파일 기계식 키보드는 이제 막 태동기에 불과하며, 앞서 말했다시피 휴대성, 정숙성, 확장성 그리고 내구성까지 모두 갖춘 키보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키크론 K3는 휴대용으로 사용 가능한 첫 로우프로파일 기계식 키보드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로우프로파일 기계식 키보드의 유행을 부를 첫걸음을 내디딘 제품으로써 충분한 의의를 지닙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키크론 K3는 이런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 사무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휴대 가능한 기계식 키보드가 필요한 사람
  • 여러 가지 운영체제에서 한 개의 키보드를 동시에 사용할 사람
  • 세련된 디자인의 키보드가 필요한 사람

 

 

 

 

 

 

 

+ 바라는 점?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이긴 하지만, 만약 키크론 K3가 PBT 키캡으로 출시되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실 ABS와 PBT 재질 키캡에 대한 취향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하지만, PBT 키캡은 ABS 키캡에 비해 마모와 오염에 훨씬 강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키감에 관해서도 선호하는 사용자들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로우프로파일 PBT 키캡은 시장에 출시된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PBT 키캡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해봤습니다.

 

물론 K3보다 먼저 출시된 K1에 호환되는 PBT 키캡도 아직 출시된 적이 없는 만큼, 검토해보겠다는 말은 그저 의례적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PBT 키캡이 출시된다면 누구보다 먼저 구매할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키크론 K3에 대한 사용기를 마칩니다.